오랜 의심이 마침표를 찍었다
권위적인 '그 말'들 앞에서 무너져버린 나는
다시 살아나지 않을 것 같은 희미한 불씨를 바라보듯
날 선 어둠이 덮친 기차역 플랫폼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군다
어둠이 모든 것을 다 집어 삼킬까봐
서둘러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
그래. 지금은 눈이 오고 있다
너무 많았던 의심과 불안들이
나의 혈기와 미련을 땔감 삼아
치열하게 타다 못해 하얗게 피어버린
안개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꽃들은
너와 내가 지나왔던 후회의 시간만큼이나 떨어진다
어둠 속에 사로잡힌 너의 얼굴을 적셔주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 눈 언저리도 적셔준다
이제야 너를 바라본다
이곳에는 어둠도 없고 꽃송이도 없이
너와 나만이 마주하고 있다
만개하여 부풀어 난 안개꽃 하나하나
마음 속으로 떨어진다
내 안에 지껄이던 '그 말'들도 천천히 적셔준다
하얗게 지워내고 남은 한 마디
괜찮아
네 곁에는 내가 있잔아
축복으로 우리를 끌어 안는다
너의 모습이 내리는 내 마음은 설국이 되어간다
영원히 녹지 않기를 기도하며
네 작은 머리를 감싸 안는다
[24년. 11월. 자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