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6) 뻔뻔스러워! 정말 너무 뻔뻔해! 고모는 이를 악물고 말했습니다. 반은 당신이 했다고? 당신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지금 구들장 위에 남아 있는 건 시신 두 구밖에 없을걸? 마귀 같은 할멈, 여자 산도가 무슨 힘만 주면 달걀이 나오는 암탉 엉덩이인 줄 알아? 그렇게 해 놓고도 아기를 받았다고 할 수 있어? 아니! 그건 살인이야! 그런데 고발을 하겠다고? 고모가 튀어올라 늙은 산파의 아래턱을 걷어찼습니다. 수건이랑 달걀을 달라고? 고모는 다시 늙은 산파의 엉덩이를 걷어찬 후 한 손으로는 약통을, 다른 한 손으로는 산파의 뒷머리를 낚아채서 질질 끌로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천어가 따라오며 고모를 말리자 고모는 화가나서 호통쳤습니다. 어서 돌아가요! 가서 아주머니나 돌봐주세요!
(p.190-191) 팔에 돋았던 소름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점점 그가 읊는 순수한 사랑의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왕간이 샤오스쯔를 사랑하다니, 그것도 저렇게 미치도록! 그에게 이런 글재주가 있다니, 마치 읍소하듯 이런 사랑의 편지를 쓸 수 있다니. 바로 그 순간, 웅장한 청춘의 문이 저를 향해 열렸습니다. 왕간이 저를 인도했습니다. 그때 저는 비록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사랑의 찬란한 빛을 따라 마치 뜨거운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과감하게 전진했습니다.
(p.196-197) 그때를 회상하며 고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취안의 고육지책이 제법 효과가 있더군! 구경꾼들 가운데 눈물을 흘린 여자들이 많이 있었답니다. 물론 심기가 불편한 사람도 많았고요. 둘째 낳고 루프를 하거나 셋째 낳고 정관 수술을 한 사람들은 넷째를 가진 장취안 부부에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고모는 물이 든 그릇은 반듯하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취안이 넷째를 낳도록 그냥 내버려 두면 고모는 아마 여자들에게 산 채로 살가죽이 모두 뜯길 거라고 했습니다. 장취안이 제멋대로 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사회주의 기본 사상을 흔드는 일이며 자칫하다가는 계획생육 정책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였습니다.
(p.236) 왕진산 양옆에 사는 이웃들은 주목해 주십시오. 고모가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집에 돌아가 값나가는 것들을 정리하십시오. 상춘 다음이 당신들 차례입니다.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일 같지만 위대한 이치 앞에서 이런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습니다. 위대한 이치란 무엇이냐? 계획생육, 인구 통제가 바로 위대한 이치입니다. 악질 분자 역할을 하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언제나 악질 역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지요. 죽어 지옥에나 가라고 절 욕하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공산당은 이런 걸 믿지 않습니다. 철저한 유물론자들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설사 정말 지옥이 있다 해도 난 두렵지 않습니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겠습니까! 철사 줄을 풀어 샤오상춘 대문에 걸어요!
(p.245) 양주임이 말했어요. 왕 동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도 있을까요? 한 명, 두 명, 세 명, 아니 열 명을 낳아도 더 낳고 싶을 거예요. 당과 국가 역시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마오주석이나 저우 총리도 아이들만 보면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피잖아요? 정말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입니다. 우리가 혁명하는 이유가 뭡니까? 결국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열어 주기 위해서 아닙니까?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 나라의 보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어요. 계획생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앞으로 아이들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을 것이고, 학교도 가지 못할 것니다. 계획 생육은 이런 의미에서 소소한 비인도적 행위로 위대한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겁니다. 왕 동지의 작은 인내와 희생을 통해 나라에 큰 공헌을 하는 거예요.
(p.285) 잔혹한 노동입니다. 푸른 옥수수밭에 허옇게 피어오른 살충제 연기가 이 잔혹한 노동에 마치 구름을 타고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시적 정취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왕런메이 생각이 났습니다. 워낙 씩씩했던 런메이는 뱀도 잡을 수 있었어요. 마치 제가 지금 자전거 체인을 들고 있는 것처럼 뱀 꼬리를 잡았어요. 런메이 역시 살충제 살포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샤오샤춘과 파혼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서 밀려났거든요. 런메이의 머리에서 진한 살충제 냄새가 났습니다. 웃는 얼굴로 씻을 필요가 없다고 했죠. 그대로 있으면 이도, 모기, 파리도 감히 덤벼들지 못한다고요. 머리를 감을 때 제가 주전자를 들고 목 뒤 쪽에서 물을 부어 주면 고개를 숙인 채 키득거렸습니다. 뭐가 그렇게 우스우냐고 물으면 어찌나 깔깔 웃어 대던지 대야가 뒤접혀 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런메이를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어요.
(p.312-313) 천비가 칼을 꺼내더니 흉악한 얼굴로 말했어요. 악마 같은 손 저리 치워!
고모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악마의 손이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의 손이야.
콧날이 시큰해진 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습니다. 천비, 어서 고모를 뗏목으로 모셔! 고모가 아기를 받아 주실 거야.
전 뗏목 기둥에 장대를 걸었습니다. 고모가 육중한 몸을 옮겨 뗏목에 올랐어요.
(중략)
간절히 고대했습니다. 왕단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언덕 위 노새의 새된 울음소리를 들으며, 간절히 소원을 빌었습니다.
뗏목 쪽에서 힘없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저는 고개를 돌려 고모가 두 손으로 받쳐 든 갓난아기를 바라보았습니다. 미숙아였어요. 스쯔가 거즈로 아이의 배를 감쌌습니다.
또 여자아이네. 고모가 말했어요.
(p.378) 고모는 그렇게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며 달렸답니다. 하지만 고모를 바짝 뒤쫓아 뛰어오는 개구리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뛰어가다 뒤를 돌아본 고모는 혼비백산했답니다. 수많은 개구리가 엄청난 대군이 되어 소리를 지르고, 뛰어 오르고, 서로 부딪치고 부대끼며 마치 탁류처럼 빠른 속도로 몰려오고 있더래요. 게다가 길가에서 개구리들이 튀어나와 일부는 고모 앞에 대오를 형성해 앞길을 막아섰더래요. 또한 길가 풀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개구리들까지 달려들었지요. 고모는 그날 원래 큼지막한 검은색 실크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고모를 기습한 개구리들이 치마를 갈기갈기 찢었습니다. 그렇게 길쭉길쭉하게 치마를 찢어 가진 개구리들이 한입에 치마 조각을 삼키더니 목이 메어 안절부절 못하고 뒹굴다 허연 배를 드러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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