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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문장들

[문장모음]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 열린책들

(p.55) 나를 째려보는 눈가의 가느다란 주름이 더욱 깊게 파였습니다. "우리와 다른 식으로 식사하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야." 아줌마가 불쾌하다는 듯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처럼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식탁에서 무안을 줄 수는 없어. 저 앤 네 손님이고, 그러니 만약 그 애가 식탁보를 먹어 치우고 싶다고 해도 그냥 내버려 둬야 해. 내 말 알아듣겠어?"





(p.64-65) "무엇보다도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네?"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p.93) 모디 아줌마는 의자에서 흔들거리는 것을 멈추셨고, 목소리도 갑자기 굳어졌습니다. "그걸 이해하기에는 넌 아직 너무 어려."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이 손에 쥐고 있는 성경책은 누군가...... 아 그렇지, 네 아빠가 손에 쥐고 있는 위스키보다 더 나쁘기도 하단다."





(p.148-149)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ㅡ"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p.173-174) 우리들에게 공기총을 사주셨을 때 아빠는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잭 삼촌이 기본적인 사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삼촌 말씀에 따르면 아빠는 총에 관심이 없으시다는 거였지요. 어느 날 아빠가 젬 오빠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만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어떤 것을 하면 죄가 된다고 아빠가 말씀하시는 걸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디 아줌마에게 여쭤봤습니다.
  "너희 아빠 말씀이 옳아."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p.188) "어쩌면 내가 설명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디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네 아빠는 마음이 착하신 분이야. 사격술이란 말이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이야. 아, 물론 연습을 많이 해야만 완벽한 사수가 될 수 있지만, 사격은 피아노를 치는 것과는 또 달라. 내 생각엔 말이다, 너희 아빠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살아 있는 모든 생물에 비해 과도한 재능을 주셨다는 걸 깨닫고 아마 총을 내려놓으신 걸 거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총을 쏘지 않겠다고 결심하신 거지. 그리고 오늘이 그 필요한 경우였던 거고."
"아빠는 그 솜씨가 자랑스러울 법도 할 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재능을 자랑하지 않는 법이란다." 모디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p.200) "아빠, 아빠가 잘못 생각하시는 거예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음,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p.213) "그래, 훌륭하신 귀부인이셨어. 할머니는 세상일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계셨지.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생각을...... 아들아, 네가 그때 만약 이성을 잃지 않았어도 난 너에게 할머니께 책을 읽어 드리도록 시켰을 거다. 네가 할머니에 대해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겨우 45킬로그램도 안 되는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그 어떤 것,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니는 내가 여태껏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 있는 분이셨단다."





(p.368) "어쨌든, 핀치 변호사님은 메이엘라와 유얼 영감을 반대 신문하실 때 그런 식으로 대하진 않았어. 그런데 그 사람은 그를 계속해서 <젊은이>라고 부르며 비웃고 그가 답변할 때 마다 매심원들을 휘둘러 보고......"
"그런데 말이야, 딜, 결국 그는 흑인이잖아."
"난 그런 거 손톱만큼도 상관 안 해.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아. 옳지 않다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어. 그게 나를 구역질 나게 만드는 거야."
(중략)
"얘야,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우리 뒤쪽에서 들렸습니다. 나무둥치에서 들려온 소리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 주인공은 바로 돌퍼스 레이먼드 아저씨였습니다. 아저씨는 나무 뒤쪽에 있다가 고개를 돌려 돌아보셨습니다. "너희들은 낯가죽이 두껍지 않아. 그래서 구역질이 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