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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가 보이는 밀밭


고흐의 그림을 본다

삶이 가시밭 길이었지만
색으로 덮어진 흔적 가운데 그를 만난다

사는 동안
돈에 가슴 졸이고
사랑에 배신당하고
세상에 외면당했던
그가 나에게 말을 건다



너른 밀밭을 본다

습기로 눅눅히 녹아버린 회색빛 방에서
절망대신 춤추는 황금빛 물결을 꿈꾸었던가

말라가는 물감들의 몸을 훑으며
신중했을 그의 붓질이
노란 밀밭 앞에서는 자유했을까



바람이 부는 밀밭에 섰다

땅에서의 고통이 그를 삼키려 들 때
하늘의 일렁이는 바람을 선택했으니

삶의 조각 밖에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던 세상을 뒤로하고
고개 들어 바라본 광활한 자유의 숨이
여기 있다



내가 선 여기에도
일렁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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