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화상 / 윤동주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소 / 이상화  (1) 2025.10.29
바람이 불어 / 윤동주  (0) 2025.10.29
빗자루 / 윤동주  (0) 2025.10.29
2005년 겨울  (0) 2025.10.22
아무것도  (0)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