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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순간 / 정채봉 / 샘터


 
 

 
 
 

대지 
- 루미의 시를 인용하여

하느님은 장미의 귀에 뭔가 속삭이셨다. 그러자 장미는 싹을 틔우며 미소 지었다.
하느님은 돌에게 뭔가 소곤거리셨다. 그러자 돌 속에서 보석이 빛났다.
하느님은 해에게 뭔가 귓속말을 하셨다. 그러자 새빨간 뺨이 수백 개나 해를 뒤덮었다.
하느님은 물에게 뭔가 은밀히 말씀하셨다. 그러자 물은 흐르기 시작했다.
하느님은 대지에게 가만가만히 속삭이셨다. 그러나 대지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응시할 뿐이었다.
(중략)
그러나 대지는 말이 없었다.
그저 그 순간에도 세상의 모든 것을, 심지어 썩고 죽은 것까지 받아들이는 사랑의 일을 계속할 뿐.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내려가 있는 겸손한 대지.
짓밟아도, 짓밟아도 끝없이 용서하는 대지.
볍씨가 떨어지면 벼를, 풀씨가 떨어지면 풀을 키우는 정직한 대지.
오직 대지만이 온몸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반짝이는 것에 목매지 않고,
  나는 언제쯤이면 묵묵한 대지처럼 내 일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을 다 품고 사랑할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오늘도 실패하고 좌절하는 내 전신을 붙잡고 호소하는 어느 날 새벽.
 


 
 

세 가지 질문
- 톨스토이 민화에서

도사는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이미 대답을 얻었습니다. 만일 어제 나를 동정하여 이 채마밭을 갈아 주지 않고 돌아갔더라면 자객의 칼을 받았을 것이니 그때가 중요한 때이지요. 그리고 맹수에 물린 그 사람을 도와 원한을 풀었으니 그 사람보다 중요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 일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사는 씨앗 뿌리는 손을 쉬지 않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잘 기억하십시오. 가장 중요한 때란 한순간, 순간뿐입니다. 우리는 다만 그 순간만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란 그 순간에 만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이란 그 순간에 만나는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나와 마주하고 있는 모든 순간임을 기억하자.
  지나가고 후회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
- J. 하비스 말을 인용하여

이기는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는 꿈이 들어 있고
지는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들어 있다.

이기는 사람은 걸어가며 계산한다.
지는 사람은 출발하기도 전에 계산부터 한다.

이기는 사람은 행동으로 말을 증명한다.
지는 사람은 말로 행위를 변명한다.

이기는 사람은 인간을 섬기다 감투를 쓰나
지는 사람은 감투를 섬기다가 바가지를 쓴다.

 
 
  내가 꾸고 있는 꿈이 더 이상 감투를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내일이면 사라질 헛된 감투의 영광 말고,
  천국의 기쁨과 평안을 먹고 마시는 영광을 꿈꾸며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마음 한가운데

"사랑하는 목동아, 일어나 성 아기를 맞으라."
"성 아기가 어디에 있습니까?"
"네 마음 한가운데 지금 태어나고 있지 않느냐."
순간, 목동의 가슴앓이는 씻은 듯이 나았다.
마음 저 안쪽에 먼 하늘의 별처럼 성 아기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천 리 먼 곳에서 백 번 천 번, 성 아기가 태어나면 무엇하느냐. 한 번이라도 네 깨끗한 마음을 구유로 청하여 태어난 성 아기가 소중한 것이다."

 
 
  나는 어느 것에(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을까.
  하얗게 타들어 간, 어느 날엔가 연탄이었을 잿더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