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같은 삶
최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설 두 권을 읽었다.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바다를 읽어내려가며, 내 삶의 바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 돌아보았다. 내가 품고 있는 바다는 무엇을 잡기 위해 애를 쓰는 곳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곳인가. 내가 타고 있는 배는 어디 위에 있을까 생각했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산티아고는 어부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생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냈을 것이다. 만선은 가끔 있는 행운일 뿐이기에 그는 여든 네날 동안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상태였다. 날마다 쌓여가는 외상 값에 마음이 초초했을터. 평소보다 멀리 배를 몰고 나간 노인은 사흘 밤을 바다에서 커다란 청새치와 사투를 벌인다. 사투 끝에 잡은 청새치를 상어들에게 다 빼앗기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커다란 물고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로 이 소설은 끝난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으며 나는 왕왕 울었다. 그것은 처음에 노인의 삶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살길 소망하나 그렇지 못한 나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조각배를 타고 낚싯줄을 붙들며 별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따금씩 내뱉는 노인의 독백 속 '그 애가 있었으면 좋으련만'의 대사에서 어쩔 수 없는 삶의 고독과 무게를 느꼈다. 바다는 외로운 곳. 그 외로움을 직면하고 처절하게 느끼는 곳이 바다였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노인의 자는 모습을, 비록 그 전리품이 뼈만 남은 청새치였다 하더라도, 존경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소년이 꼭 나같이 느껴졌다.

닐스 비크는 피오르로 인해 떨어진 도시를 이어주는 뱃사공이다. 소설의 제목부터 이 날은 닐스 비크의 마지막 날, 곧 죽음이 오는 날이라고 예고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피오르를 항해하는 닐스는, 바다로 나서며 그동안 자신이 태웠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배에 태운다. 그때 그 사람은 어떠했는지, 그는 어떻게 죽었다고 했는지 기억하기 위해 항해일지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닐스의 배에 올라 대화를 나누고, 닐스는 그들의 삶과 죽음을 추억하고 떠올린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없는 사람처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기만 한다. 그날 하루 막바지에 이르러 그는 가족을 떠올린다. 가업을 이어받아 배를 모는 것이 행복했었던 그와는 다르게, 그들의 가족들은 그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항해일지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적을 수 없었던 그가 비로소 마지막 순간에서 깨달았다.
(p.261) 그들이 오고 있었다. 모두들 함께. 아무도 죽은 자들을 멈추지 못한다. 그들은 두 발로 걸어서,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왔다. 배 위 허공에 떠 있는 그들은 랜턴 불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밤배는 죽은 자들로 채워졌다. 라디오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스피커를 통해 가느다란 목소리가 신음처럼 흘러나왔다. 닐스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갑자기 크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사랑,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곧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라디오가 콸콸 토해내는 목소리들 사이로 간간이 노래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목소리, 반짝이다가 이내 조용해지는 목소리, 정전기 같은 목소리, 음악 조각들, 가까이 다가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리듬들. 닐스는 그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닐스 비크. 한순간 조타실은 그의 삶에 관한 메시지로 가득 채워졌다.
그는 그들과의 추억을 통해, 자신을 향한 이야기들로 자신의 밤배를 채울 수 있었다. 그에게 피오르는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사진을 담아 둔 곳이었으며, 그 조각들이 삶의 마지막에 그림으로 완성되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죽은 자들의 삶이 있는 곳, 열린 바다로 들어가며 마지막 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삶과 죽음을 품는 곳. 넓고 넓은 그곳으로 항해하는 닐스의 뒷모습을 상상했다. 내 마지막 날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삼키는, 고요한 바다의 노을처럼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삶은 바다를 닮았다. 출발지도 없고 도착지도 없으며 방향도 없고 이정표도 없는 바다. 태양의 조각들이 촘촘히 내려앉는 망망한 대양을 떠올려 본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막막한 순간에 심란한 마음을 안고 바다로 달려가는 까닭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바람의 아우성들을 가득 모아놓은, 끝도 없는 잔잔한 물결이 주는 위로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마음 안에 저마다의 바다를 품고 있을 것이다. 나의 바다는 '노인과 바다'의 소년을 닮아있다. 때로는 투쟁하고, 때로는 사랑을 추억하는 삶을 동경하고 응원하며, 그 모습을 닮아가려고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돛을 달고 바다로 향하는 소년. 오늘을 무사히 항해하고 돌아와 노인이 꿈꾸며 행복해 하던 사자 꿈이 나에게도 나타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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