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선생님들이 쓴 여러 독후감을 읽고도 나는 이 소설이 궁금하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내용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학원에서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하다가 우연히 접해서, 내용파악 차원에서 한 번은 읽어보기로 했다. 두 시간 남짓 읽은 책을 덮고 나서, 망망대해 앞에 홀로 서있는 작은 펭귄의 그림이 마음에 계속 남아 생각하게 만들었다. 상상하던 바다를 실제로 보게 되어, 그 웅장함에 압도된 펭귄의 바다가 내 눈앞에도 보이는 것 같았다. 삶을 이야기할 때 나는 가장 마음이 울린다.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뒤돌아보는 펭귄의 얼굴이 나에게 묻는다. 너의 긴긴밤 이야기는 어때.
이름 없는 펭귄인 '나'가 태어나기까지의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가 유일하게 함께할 수 있었던 동물이 노든이었기에, 노든이 들려주는 본 적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펭귄에게 와닿지 않는다. 노든이 펭귄이 알이었던 시절, 정성껏 품어주었던 치쿠와 윔보 때문에라도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스스로 살고 싶었기에 악착같이 살아냈다고 고백한다. 펭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던 바다 앞에서, 엉망진창이 된 자신과 그들의 삶을 떠올리고 나서야 노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 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로 치쿠와 눈을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p.124)
귀로만 들어 상상하던 파란 지평선을 눈으로 보았을 때 그는 벅차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듣기만 했던 이야기들, 수많은 긴긴밤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운명이자 기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보며 비로소 자신과 연결되는 그들을 느꼈을 것이다. 긴긴밤들이 모여 펭귄의 바다가 되었고, 그와 같은 삶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에 대해 그는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충만해진 자신을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아동문학소설이라는 것이 좋았다. 어린이 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 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것이 건조하고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어쩌면 우리 이전의 많은 긴긴밤들이 쌓아 올린 바다와도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나와 모든 사람의 삶이 모두 아름답고 충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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