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5) 당신의 뇌는 세 개가 아니라 하나다. 플라톤이 말한 내면의 전투를 넘어 나아가려면 우리는 합리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심지어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서적으로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집어든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과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또는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을 담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합리적인 것일까. 또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간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이 책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맞추어 내가 찾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려고 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뇌에 대해 알려진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간의 뇌는 본능과 감정과 이성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통합적으로 재조직되고 있다. 따라서 합리성이란 당면한 환경에 잘 대처하기 위해 자원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제는 개인마다 마주하는 환경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합리적인 방식이, 어떤 이에게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걷고 먹을 수 있는 반면, 인간의 뇌는 양육이 필요한 본성을 지녔다. 저자는 그 이유를 기본 생존에 필요한 문화를 효과적으로 전수하기 위하여 이러한 진화 방식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빈곤과 같은 양육이 제공되지 못하는 사회적 배경은 한 개인의 신체/사회적 발달이나 행동양식에 큰 기회를 박탈하는 요인이 되며 이들에게 사회를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의 뇌는 능동적이다. 단순히 세상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예측하며 경험을 만들어간다. 최근 '직관'을 새롭게 보는 콘텐츠들을 자주 접하는데, 저자도 인간의 사고와 감각은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간은 무엇이 먼저일 것 없이 이성적으로 사고로도, 또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으로도 행동하는 것이 더 예측에 부합했을 때 그 방식을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개인의 기억에 담긴 데이터들에 의해 예측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보는 환경이 다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모두에게 동일한 합리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불우한 예측과 결과만 계속되면, 그 사람은 계속 불우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러한 예측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학습'이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예측체계가 현재를 살아가는데 불편을 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면 학습을 통해 예측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뇌가소성'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변화할 수 있는 뇌를 길러낼 자유를 가지게 되며, 따라서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p.141) 사람들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 존엄성을 가지고 서로를 대할 때 진정한 생물학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실제로 생물학적 결과가 따르고 결국 모든 사람이 재정적/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개인의 자유에는 타인에게 끼칠 영향에 대한 책임이라는 대가가 따른다.
저자가 말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뇌를 아무리 연구해도 결국 그 근원이 '사회'일 것이다. 저자는 인간은 상호의존성을 지닌 하나의 네트워크이며, 따라서 한 개인이 사회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때로는 긍정을 고갈시키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한다. 네트워크는 물리적/지리적 차원을 넘어서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할 수 있게 되었고, 기존에 어떤 사회에서 받아지는 통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다양성이 존재하게 되었다. 다양해지고 발전되는 사회와 문화를 넘어서, '책임'에 대해 얼마나 무게 있게 느끼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학은 단순히 새로운 발견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세상에 책임을 갖게 하는 메시지들을 던지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행동들로 사회적 현실이 유지된다고 했다. 최근 읽었던 '넥서스'에서도 진실은 그 자체보다도, 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재창조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았는데,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과학 한 분야에서만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딛고 서있는 현실에서의 작은 일상에서도 우리의 행동이 만드는 책임의 결과를 좀 더 무게감 있게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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