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단순히 통계적 사실이 주는 정확성을 받아들이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책을 쓴 이유가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제거하고, 건설적인 활동으로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통계가 아니고, 문제를 사실대로 바라보고 본질을 찾게 해주는 팩트풀니스(factfulness)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25페이지에는 내가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13개의 문제가 나와있다. 저자는 어떤 전문가들도 침팬지보다 문제를 맞히는 확률이 낮다고 반복해서 언급한다. 나 역시 13문제 중 3문제를 겨우 맞추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염세적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인가를 알게 해주는 충격이었다.
저자는 이것이 우리의 무지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또 우리에게 자극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언론의 문제도 아니고, 정치가나 전문가의 문제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오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극히 본능적인 문제 때문임을 이야기하는데, 이 책에서는 우리들의 팩트풀니스를 방해하는 10가지 기본적인 오류를 안내한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자주 저지르는 오류는 '비난 본능'과 '다급함의 오류'였다.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그렇게 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가 좀 더 쉬워 보이고, 또 즉각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0장 초반에 '경영원리에 따라 연구하는 제약회사' 사례에서 결국 비난의 대상을 찾다가 할머니의 면상을 갈기자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문제를 그저 원인과 결과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급함의 본능은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이 우리의 의사결정과정을 어떻게 방해하고, 그것이 해결이 아닌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자가 실제 각 장에서 소개하는 본능을 직접 겪었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인데, 특히 이 장에서 소개하는 나칼라에서 겪었던 사례는 충격이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한 도로 통제로 관련 없는 희생을 초래한 일을 소개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극단적인 결정은 항상 좋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삶에서 사실충실성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길러야 할까. 저자는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치라고 말한다. 겸손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며,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이다. 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의 지식을 바꾸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이며, 이러한 겸손을 갖추었을 때 내 견해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어지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호기심인데, 호기심은 새로운 정보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아울러 내 세계관에 맞지 않는 사실을 끌어안고 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 뿐 아니고 어른들에게도 이러한 덕목은 계속 필요하다. 특히 나의 경우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것보다,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며, 나의 세계를 깨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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