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청소년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을 읽기 직전에 탐독한 소설이 인간에 대한 어두움을 보여주는 고전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이 소설을 읽어내려갈 때는 좀 심드렁했다. 난 역시 소녀의 동심이 없구나. 그렇게 스스로를 판단하며 다 읽고 난 후 삼 년째 이어지고 있는 독서모임에 참여하여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이 생겼다.
'평범함은 무엇일까'
소설 겉지에 심드렁한 표정의 소년이 나온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윤재이다. 윤재는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능에 문제가 있다. 기쁨, 슬픔, 분노, 공포 등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가져야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와, 또 그 엄마와 손주를 곁에서 지키며 살아가는 외할머니와 함께 성장한다. 평범하지 않은 윤재는 또래에서도 외면받는다. 도통 그 평범함이 이해되지 않았던 채로 성장한 중학생 윤재의 어느 크리스마스날, 끔찍한 사건으로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의식이 없을 정도의 큰 부상을 당한다. 이 사건으로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윤재. 왜 나는 그때 할머니를 구해주지 못했을까. 이름만 알고 있는, 타인으로부터 질타당해야 하는 '죄책감'이 어떤 것인지, 왜 자신은 그것을 못 느끼는지 이해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곤이라는 아이가 윤재 곁에 나타난다. 윤재와 같이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불량스럽고 고독하고 우울한 아이.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너무나 여리고 예민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에 윤재에게 호기심으로 다가갔지만 윤재같이 될 수 없는 자신을 직면하기 힘들었던 곤이는 더욱 컴컴한 어둠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너무나 다른 두 아이의 성장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평범함이란 무엇인가' 독서모임 발제로 나온 질문이다. 나는 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 왜냐하면 나의 아이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많이 어렵기 때문에, 윤재의 엄마처럼 늘 아이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 평범함에 대한 정의가 사실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평범함이 그저 다른 사람이 하는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따라 행동하는, 평균을 따라가는 삶이라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독서모임 멤버들이 이 발제에 대해 토론하는 동안 한참을 생각했다.
더 나아가 생각했다. 윤재는 평범하지 않은 걸까? 곤이는? 누가 더 평범한 걸까? 평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소설에 가장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나온다. 할머니를 죽인 어느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의 왜곡된 세상을 조율하지 못하고, 결국 모나고 뾰족한 자신의 생각으로 누군가를 살해한다. 평범함이란 각자의 모양으로 태어난 모난 부분을 깎고 다듬어 둥글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만이 가진 왜곡된 세상, 모나게 날카로운 부분들이 서로 만나서 깎이고 다듬어지는 과정이 사회화가 아닐까. 가장 평범한 사람은 윤재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모나지 않은 아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 줄 수 있는 둥근 아이. 어쩌면 세상이 여기까지 굴러온 것은 이렇게 둥글둥글한 사람들이 만들어 온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p.228).
평범함을 가지는 것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또 누군가의 독창성과 반대되는 개념도 아닐 것이다. 윤재처럼 자기의 모양대로 느끼는 세상에 부딪혀서 얻어지는 있는 열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바다를 씩씩하게 헤엄치려는, 이제 성인이 된 윤재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자신의 세계를 세상에 맞서서 배워가고 둥글게 깎아가고 있는 우리 큰 아이의 용기와 노력에 눈물 나는 응원을 함께 보낸다. 아이도, 아이 세상도 둥글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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